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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다. 심신을 억누르는 중압감. 두렵다. 이 손에 맡겨진 생명의 무게가. 야심한 늦은 밤에 불현듯 침방에서 뛰쳐나와 달음박질 친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 도망치고 싶었던 나약한 심증의 반영인지도 모른다. 저 멀리, 세상의 끝까지, 도망친다면 한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참혹한 난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잔인한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지워진 운명도 떨칠 수가 없었다. 한낱 힘없는 민초로 태어났던 들 이 무거운 운명의 속박에서 헤어날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러운 황제의 움직임에 놀란 위병들의 표정도 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달리다가 도착한 곳은 백제성의 내부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벽이었다. 새까만 밤하늘에 떨어질 듯이 점점이 박혀 빛나는 별들을 보며 그는 좌절했다. 아버지가 눈을 감으셨던 그 날의 밤에도, 백제성의 별은 이렇게 빛나고 있었을까. 하늘이 그를 짓눌러 오고 있었다. 진정으로 천심을 헤아릴 줄 알고 높은 이상에 그 한 몸을 아낌없이 바쳤으며 형제들의 죽음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그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 아버지의 등은 언제나 높았으며 든든히 그의 앞을 지켜주었다. 때로는 엄중히 때로는 자상하게 그를 보듬어 주고 격려해주고 믿어주고 앞으로 이끌어 준 아버지는 그의 영원한 우상이었다. 그리고 태산과도 같은 기세를 가진 두 명의 의숙부들은 아버지의 곁을 당당히 지키고 서 있었다. 얼마나 뿌듯하였던가. 얼마나 기뻤던가. 내가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였던가.
…그것은 영원토록 변치 않으리라 믿고 있었던 당연한 세상이었다.
존재의 크기를 빈자리가 생기고 난 뒤에서야 온 몸으로 실감한다. 유비 현덕의 빈 자리를 유선 공사가 메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절망한다. 아버지가 채우고 있던 크기에 비하면 자신의 존재는 그저 터럭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어째서 나는 난세의 제왕으로써 가져야 할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던가. 어째서 나는 아버지의 거짓 없는 인품을 일 푼이라도 타고 태어나지 못했던가. 하다못해 아버지의 그림자라도 좇을 수 없었던가. 심신을 억누르는 중압감이 속삭인다. 손에 맡겨진 생명의 무게가 유혹한다. 도망쳐. 도망쳐. 그 자리에서 자신을 버리고 도망쳐. 황제의 지위를 버리고, 나라를 버리고, 맡겨진 대의를 버리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 도망쳐. 까마득한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별이, 초라한 그로서는 그 눈부심을 도저히 바라볼 수도 없을 만큼 빛나는 별이 비수처럼 몸에 내리 꽂힌다.
어째서 하늘은 천하의 밝음과 기둥이 되어 줄 자들을 먼저 거두어 가는 것일까.
번성에서 제 아비와 함께 장렬함을 맞았던 관평의 비보를 전해들은 그녀의 모습을 기억한다. 언제나 손에서 놓지 않는 황천(煌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언제나 몸에 두르고 있는 냉정 침착한 기운이 깨어져 경련을 일으켰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으나 통곡을 하는 것보다 더 큰 비통함이 그녀의 전신을 감돌았기에 더더욱 애통했다. 곧 황천을 쥐어들고 의장을 가다듬었으나 가슴 속에 맺힌 피눈물이 그의 눈에 보였다.
그녀와 관평의 사이를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검을 겨루고 전장에서 등을 맞대며 살아온 소년과 소녀. 서로의 부친이 의형제라는 것을 잊는다 하더라도 그녀와 관평은 반평생을 함께 해온 친우임과 동시에 …지극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도 했다. 서늘한 그녀의 겉모습에서 관평을 향한 마음을 명확히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친구 이상의 감정은 가지고 있었으며, 관평이 남몰래 그녀를 연모하고 있음은 모두가 쉬쉬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기도 했다. 어려서 정혼한 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은 그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여 그는 그녀를 보내주기로 힘든 결심을 하였던 것이다. 입촉으로 나라의 기틀이 굳건히 잡혀가고 형주에서 관공의 무위가 천하를 뒤흔들던 그 때, 그리하여 관평이 당당히 성도로 귀성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를 관평에게 보내주기로 그리 작심을 하였던 것이다. 그녀의 기쁜 얼굴을 편히 보내줄 수 있기를, 그리 어려운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그랬는데.
차가운 시신으로 그녀의 곁에 돌아온 관평을 보았다. 못난 사내였음을 깨달았다. 사적으로는 의숙이요, 공적으로는 나라의 지극한 공신이기도 한 관공의 죽음과 차세대를 천하를 만들어 갈 관평의 죽음보다도 그녀의 차가운 슬픔에 더 가슴이 저린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으로는 관평의 죽음에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하였음을 그는 부정하지 못했다. 이 얼마나 경멸스럽고도 못난 사내란 말이더냐.
이렇게나 치졸하고 비겁한 사내다. 자신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천하를 다스린단 말이더냐.
△여기까지 쓰다가 내가 지쳐서 ㅇ>-<
고로 당연히 수정은 안 했지 말입니다. 배경은 오리지널 백제성 전투
뭐랄까, 진삼에서 유선은 분명히 클론무장()인 만큼 외모도 참..거시기하고^.^능력도 참..거시기^.^한데 의외로 캐릭터가 잡혀 있단 말입지요.
클론 무장 주제에 엔딩에 3번이나 나오다니 자기가 분명히 실력이고 외모고() 무엇이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컴플렉스에 짓눌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주제(...)에 성채가 위험에 처하자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하물며 난세의 암흑, 그대라는 별을 잃어서는...' ->이 이벤트 보고 저 진짜 하악하악 했구요.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유선x성채 커플의 가치가 있습니다!
하하하! 뭣보다 성채와 관평 같은 순수한 첫사랑 커플은 재미없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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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은 바보로 나오는 고로. 끔찍하게(아니 전 삼국지 등장인물 통틀어서 제일) 싫어했었더랬습니다만...
진삼4에서는 - 특히나 백제성에서는 '우와'하고 감탄해버렸습니다.
단순히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 결국은 평안을 택한 왕으로 캐릭터 해석을 하지 않은 건 오메가포스 팀의 취향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정말로, 진삼4의 유선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걸 해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D
[나 부족한 사람입니다, 라고 인정하는거 보통은 다들 안하지요. 한다 하더라도 조금, 어두운쪽으로 하거나요.]
덧. 진삼5부터는 PS3인데, 거기서 유선 제대로 나오면 저 울지도요....orz
저는 개인적으로는 관평-성채 취향입니다만, 유선-성채도 나름대로 재미있더군요 (특히 성채 엔딩에서요 ㅋㅋ).
D-cat/ 음? 무슨 말씀이세요? 'ㅂ'?
NEIN/ 전 실제의 유선은..걍 평범한 사람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라서요. 히히
그렇지만 확실히 진삼의 유선은 참 멋졌습니다. 어차피 클론 무장..(...)이니까 대충 캐릭터를 적당히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것 치고는 나름 고뇌도 깊고 그럼에도 신념도 있고 진짜 마음에 듭니다 >_<
성채를 주는 것이 아깝지 않아요! 와하하하하하
진삼을 위해서 플스3을 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후덜덜 떨립니다 OTL
昱嬉/ 성채 엔딩에서 유선은 참...안습했지요. 으하하하 ;ㅂ; 바닥에 벌러덩 ㅇ<-<